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5-2. ETF 기본 용어 배우기 (하)

by 놀당 2025. 8. 30.
반응형

ETF 기본 용어 배우기 (하)

강가의 장터 서재에서 단어책을 펼친 사람들은 이제 절반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바구니를 오래 들고 가고, 계절이 바뀌어도 기울지 않으려면 또 다른 단어들을 알아야 했다. 오늘은 서재의 뒷장에 적힌 나머지 단어들을 함께 읽어 본다.

리밸런싱(Rebalancing): 계절마다 무게를 다시 재는 일

농부가 큰 과일 바구니 속 사과와 배를 차분히 다시 배열하는 장면

마을의 과수원에는 계절이 있었다. 봄에는 사과가 많이 열리고, 여름에는 배가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 바구니 속 과일의 무게가 한쪽으로 치우쳤다. 그래서 농부는 계절마다 과일을 다시 섞어 담았다. 이것이 리밸런싱이다. ETF에서도 특정 기업이 지나치게 커지면 비중을 줄이고, 작은 기업을 다시 채워 균형을 맞춘다. 리밸런싱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꾸준히 바구니를 다듬는 습관이다.

방법론(Methodology): 담는 순서의 규칙

어떤 상인은 큰 사과부터 차곡차곡 담았다. 이것이 시가총액가중 방식이다. 큰 회사일수록 ETF 안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 다른 상인은 모든 과일을 같은 크기로 잘라 담았다. 이것이 동일가중 방식이다. 모든 회사에 똑같은 비중을 주는 것이다. 그 밖에도 단단한 과일만 담는 방식(가치투자), 달콤한 과일 위주(성장주 투자), 최근에 맛있었던 과일을 더 담는 방식(모멘텀 투자)도 있다. 담는 규칙을 알면, 그 바구니가 어떤 맛을 낼지 미리 알 수 있다.

환헤지와 환노출(Hedged / Unhedged): 바닷바람을 막을까, 맞을까

먼 바다 건너 장터의 과일을 들여오면, 바닷바람이 과일 맛을 바꾸기도 했다. 그 바람이 바로 환율이다. 바람이 심해질까 걱정하는 사람은 창문을 닫았다. 이것이 환헤지다. 바람을 막아 환율 변동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창문을 열어 두었다. 이것이 환노출이다. 바람이 좋으면 더 좋은 맛을 느낄 수 있고, 나쁠 때는 맛이 떨어진다. 환율을 막을지, 맞을지는 결국 바구니를 드는 사람의 선택이었다.

레버리지와 인버스(Leverage & Inverse): 언덕 위 마차와 내리막 썰매

서재지기는 이 장에 빨간 밑줄을 그어 두었다. 레버리지 ETF는 언덕을 오를 때 마차에 올라 두 걸음을 한 번에 오르게 해준다. 지수가 1% 오르면, 레버리지는 2% 오른다. 그러나 길이 미끄럽다면 더 크게 넘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인버스 ETF는 내리막길에서 타는 썰매다. 시장이 떨어질수록 ETF 값은 올라간다. 하지만 해가 길게 떠 있을 때 계속 썰매만 타면 금세 지치고 다칠 수 있다. 그래서 이 장의 여백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레버리지와 인버스는 짧게 쓰고, 오래 두지 말 것.”

섹터·테마·지역 ETF: 골목의 색깔

장터에는 여러 골목이 있었다. 한쪽은 과수원 골목, 다른 쪽은 빵집 골목, 또 다른 쪽은 도자기 골목. ETF도 특정 산업이나 흐름을 따라 만든 바구니가 있다. 섹터 ETF는 기술, 금융, 헬스케어 같은 산업군을 담는다. 테마 ETF는 친환경, 전기차, 로봇처럼 하나의 흐름을 좇는다. 지역 ETF는 한국, 미국, 유럽, 신흥국 등 특정 나라나 지역을 담는다. 골목을 고르면 바구니의 색깔이 달라진다. 하지만 한 골목만 고집하면 다른 바람을 놓칠 수 있으니, 골목과 큰길을 함께 보아야 한다.

채권·원자재 ETF: 과일 말고 곡식과 광물

장터에는 과일뿐 아니라 곡식 자루와 광물 덩어리도 있었다. 채권 ETF는 일정한 박자로 이자를 나누어 주는 곡식 자루와 같고, 원자재 ETF는 계절과 수급에 따라 값이 출렁이는 광물 덩어리와 같다. 금, 은, 석유 같은 자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과일 바구니에 곡식을 조금 보태면 겨울에도 배부르고, 광물을 곁들이면 다른 맛을 낼 수 있다. 그래서 현명한 손님은 과일만 고르지 않고 곡식과 광물도 조금씩 챙겼다.

적립식과 일시투자: 종종 들르기와 큰 장보기

어떤 사람은 장터에 갈 때마다 바구니를 조금씩 샀다. 비가 오는 날에도, 해가 쨍한 날에도, 눈이 내리는 날에도 꾸준히 샀다. 이것이 적립식 투자다. 가격이 들쭉날쭉해도 장기간에는 평균이 된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장날 크게 보자기를 들고 와 한꺼번에 샀다. 이것이 일시투자다. 좋은 날을 잘 만나면 효율적이지만, 궂은 날엔 무겁다. 어느 길이든 옳고 그름은 없다. 다만 자신의 생활 리듬과 성격에 맞는 길이 오래 간다.

코어–위성 전략(Core–Satellite): 중심과 곁가지

집안의 식탁을 떠올려 보자. 가운데에는 늘 든든한 큰 바구니가 있고, 그 곁에는 계절과 취향을 담은 작은 접시가 있었다. 이것이 코어–위성 전략이다. 코어에는 전체 시장을 담는 광범위한 ETF를 두고, 위성에는 특정 산업, 테마, 지역 ETF를 둔다. 코어가 흔들림을 줄이고, 위성이 개성을 더한다. 이렇게 하면 안정성과 재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체크리스트: 장보러 나서기 전의 메모

서재의 마지막 장에는 짧은 메모가 적혀 있었다. “지도의 이름(지수), 담는 순서(방법론), 포장비(보수), 장터의 북적임(거래량), 흥정의 간격(스프레드), 속값과 장터값의 차이(괴리율), 계절 손보기(리밸런싱), 바람막이(환헤지), 골목의 취향(섹터·테마), 곡식과 광물(채권·원자재), 장보는 방식(적립식·일시), 중심 바구니(코어–위성).” 메모는 길지 않았지만, 길 위에서 가장 오래 기억되는 문장이었다.

결론: 단어를 아는 것이 곧 길을 아는 것

갈림길에 서 있는 마을 사람이 체크리스트를 보며 방향을 잡는 장면

사람들은 처음엔 ETF의 단어들이 낯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서재를 다녀간 사람들은 알았다. 단어 하나하나가 길의 표지판이라는 것을. 리밸런싱은 바구니의 균형을, 환헤지는 바람을 막는 창문을, 레버리지는 가파른 언덕의 마차를, 섹터는 골목의 색깔을 알려준다. 단어를 아는 순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