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정리 15편: ETF 시리즈 마무리, 내가 얻은 교훈과 투자자의 길
처음 ETF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단순히 “주식을 한 묶음으로 담을 수 있는 편리한 바구니”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ETF는 단순한 투자 상품을 넘어 나를 성장시킨 스승이자 거울이었다. 그 안에는 수익과 손실, 욕망과 두려움, 원칙과 실수까지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이 글은 지난 여정을 마무리하며, 내가 ETF를 통해 배운 교훈과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려 하는지 솔직히 풀어보려 한다.
1. 시작은 두근거림이었다
ETF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신기한 도구를 발견한 듯 두근거렸다. 미국 주식을 하나하나 고르지 않고도 S&P500 ETF 하나로 세계적인 기업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작은 돈으로 거대한 경제의 한 조각을 갖는 기분이었다. 계좌에 찍힌 티커(symbol)만 바라봐도 뿌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현실은 달랐다. 지수는 오르기도 했지만 때로는 가차 없이 하락했다. 한두 번의 하락은 견딜 만했지만, 팬데믹 같은 큰 위기 앞에서는 계좌가 붉게 물들었다. 그 순간 나는 ETF라는 바구니가 마법이 아님을 깨달았다. 투자란 결국 시장의 파도를 정면으로 맞는 과정이었다.
2. 위기의 시간, 버티느냐 흔들리느냐
코로나 초기, 내 계좌는 매일 아침 -5%, -7% 하락한 숫자를 보여줬다. 모니터 앞에서 심장이 두근거렸고, 손끝은 매도 버튼 위에서 떨렸다. 그때 내 머릿속을 스친 건 단 하나였다. “나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려야 하지?”
그 순간 지킨 것은 광범위한 지수 ETF였다. 결국 경제는 회복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반면, 화려한 테마 ETF는 정리했다. 한때는 전기차, 바이오 같은 키워드가 눈부셨지만 위기 앞에서는 가장 먼저 무너졌다. 결국 위기는 잔인했지만, 동시에 내 계좌를 다듬어 주는 필터였다. 필요 없는 욕심은 사라지고, 기초가 되는 ETF만 남았다.
3. 리밸런싱, 단순함 속의 지혜
처음 리밸런싱을 들었을 때는 의문투성이였다. 잘 오르는 주식을 팔고, 줄어든 채권을 채우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원칙대로 실행해 본 순간 깨달았다. 이 단순한 행위가 계좌의 균형을 지켜준다는 사실을.
예를 들어 주식이 크게 올라 비중이 80%까지 늘어났을 때 일부를 팔고 채권을 보충했다. 결과적으로 시장이 조정될 때 충격이 완화됐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리밸런싱은 단순히 수익을 높이려는 기술이 아니라, 투자자가 오래 버티도록 만드는 안전벨트라는 것을.
4. 작은 계좌, 그러나 큰 교훈
많은 사람들이 “큰돈이 있어야 투자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 첫 ETF 계좌는 100만 원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초라했지만, 나에겐 그 계좌가 최고의 훈련장이었다.
작은 계좌 덕분에 실수도 가볍게 경험할 수 있었다. 테마 ETF에 욕심을 부렸다가 손실을 보기도 했고, 자동 투자로 꾸준히 모으며 작은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중요한 건 금액이 아니라 습관이었다. 그 습관이 쌓여 나중에 금액이 커졌을 때도 나를 흔들리지 않게 했다.
5. ETF가 가르쳐 준 투자자의 태도
ETF는 나에게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욕망을 드러내는 거울이었고, 두려움을 시험하는 교실이었다. 상승장에서는 “좀 더 사야 하지 않을까”라는 욕망을 키웠고, 하락장에서는 “이제 끝인가”라는 두려움을 안겨줬다.
하지만 ETF가 준 진짜 가치는 이런 감정을 훈련할 수 있는 무대였다. 지킬 ETF와 버릴 ETF를 나누면서 나는 원칙의 힘을 배웠고, 작은 계좌에서 단순함을 지키면서 꾸준함의 가치를 알았다. 투자에서 중요한 건 단기 수익이 아니라 태도라는 걸 ETF가 내게 알려준 셈이다.
6. 앞으로의 길, 나만의 원칙으로
ETF 시리즈를 쓰며 나는 다시 정리했다. 앞으로도 나는 장기 지수 ETF를 중심에 두고, 주기적인 리밸런싱으로 균형을 잡을 것이다. 레버리지나 테마 ETF는 단기 도구로만 활용하고, 절대 큰 비중을 두지 않을 것이다.
또한 나는 작은 계좌에서 시작했듯, 언제나 습관과 원칙을 최우선에 둘 것이다. 금액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오늘 내가 어떤 태도로 투자에 임하느냐다. 그 태도가 결국 내 내일을 만든다.
결론: ETF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이 시리즈는 마무리지만,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이다. ETF는 내게 단순한 수익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담아내는 바구니이자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위기와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나는 흔들리겠지만, 그때마다 지금의 교훈을 떠올릴 것이다. ETF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나의 투자 여정은 여전히 계속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다시 작은 금액이든 큰 금액이든, 원칙을 지키며 한 발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