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닥터 두리틀(Dolittle, 2020)은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괴짜 의사, '존 두리틀'의 모험을 그린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다. 이 작품은 단순한 동화적 상상력을 넘어, 상실과 치유,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이라는 주제를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독특한 연기가 중심을 잡고, 각종 동물 캐릭터들이 더빙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는다. 본 글에서는 이 영화의 줄거리, 감독, 등장인물, 메시지, 감상평, 사회적 의미까지 심도 있게 분석한다.

줄거리 — 상실을 이겨내는 여정
영화의 주인공 존 두리틀은 한때 영국 왕실이 신뢰하던 명의였으나, 아내의 죽음 이후 모든 인간과의 관계를 끊고 자신이 운영하던 동물 병원에 틀어박혀 살아간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말을 하는 동물들뿐이며, 그는 사람들과의 소통은커녕 바깥세상과의 연결마저 끊어버린 채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날, 병든 여왕을 살리기 위해 두리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년 스투빈스와 레이디 로즈가 그의 문을 두드린다. 처음엔 완강히 거절하던 두리틀은 여왕의 상태가 자신의 옛 연구와 관련이 있다는 걸 깨닫고, 동물들과 함께 치료제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 여정은 단순한 치료제 수색이 아닌, 두리틀 자신이 상실을 극복하고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과정이다. 잃어버린 믿음을 되찾고, 새로운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잊고 있던 용기를 끌어낸다. 영화는 이 과정을 마치 동화처럼 펼쳐 보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삶에서 겪는 상처와 회복이라는 묵직한 메시지가 자리잡고 있다. 관객은 두리틀의 시선을 통해, 말 없는 존재들과도 깊이 있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감독 스티븐 개건 — 휴머니즘을 판타지로 녹이다
감독 스티븐 개건은 기존에 진지한 드라마나 정치 스릴러에서 능력을 보여준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 작품을 연출하며 보여준 감각은 흥미롭다. '닥터 두리틀'이라는 고전 동화를 현대적 감성과 시각 효과로 재구성하면서도, 그 안에 인간 심리에 대한 성찰을 잃지 않았다. 그의 연출 방식은 단지 어린이를 위한 환상 세계를 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성인 관객에게도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특히 인물의 심리적 변화, 상실과 회복의 여정, 동물과의 상호작용 등을 촘촘하게 엮어낸 서사는 개건 감독 특유의 '감정 밀도 높은 연출'이 돋보인다. 또한 CG와 실사 촬영의 조화, 동물 캐릭터들의 생동감 있는 표현 등에서 그는 기술적 완성도 또한 놓치지 않았다. 두리틀의 내면을 비추는 동물 친구들의 캐릭터화는 단순한 재미 이상의 서사적 장치를 제공한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유쾌한 영화에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의 외로움과 치유에 대한 은유로 확장된다.
등장인물 — 동물 캐릭터에 녹아든 인간성
가장 중심에 있는 인물은 물론 닥터 두리틀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두리틀은 다소 과장된 억양과 괴팍한 성격을 지녔지만, 내면 깊숙이 상실감과 죄책감을 안고 사는 인물이다. 그는 사람보다 동물과 소통하기를 선호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처를 덮고 살아간다. 하지만 여왕의 병이라는 사건은 그를 다시 외부 세계와 마주하게 만들고, 억눌러온 감정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동물 캐릭터들은 그 자체로 이야기의 축을 이룬다. 폴리네시아 앵무새는 이성적이고 이끄는 역할을 하며, 곰 요시는 순수한 유머를, 타이거 치치는 불안을 극복하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타조, 여우, 기린 등 다양한 동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두리틀을 지지하고 때로는 도전하며, 그를 성장시키는 자극이 된다. 이 캐릭터들의 대사는 단순한 대화가 아닌,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의인화한 상징처럼 느껴진다.

스투빈스라는 어린 조수 캐릭터 또한 주목할 만하다. 그는 두리틀의 과거를 반추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의 상징이다. 스투빈스를 통해 두리틀은 자신이 잊고 지냈던 '가르침'의 의미를 다시 되새긴다. 이처럼 영화는 단순한 주인공 중심의 전개가 아니라, 조연과 동물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입체적 스토리텔링을 이뤄낸다.
메시지와 철학 — 상실, 회복, 공존
'닥터 두리틀'의 핵심 메시지는 단연코 '소통과 회복'이다. 영화는 언어라는 도구를 넘어서 감정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리틀이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는 설정은 환상적이지만, 동시에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어떤 존재와도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은유이기도 하다.
또한 상실에 대한 영화의 접근은 단순히 슬픔을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두리틀은 아내의 죽음 이후 자신을 세상에서 고립시키지만, 여정 속에서 다양한 존재들과 관계를 맺으며 다시금 삶의 의미를 찾는다. 이 과정은 마치 관객 스스로도 감정의 터널을 지나 회복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환경과 동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메시지도 영화 전반에 스며 있다. 영화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비인간 존재들과의 공생을 하나의 윤리로 제시한다. 특히 동물들의 감정과 지혜를 존중하는 방식은, 오늘날 생태계와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지점을 제공한다. 이런 메시지는 어린이 관객에게는 따뜻한 교훈으로, 성인 관객에게는 삶의 가치에 대한 성찰로 전달된다.
감상평 — 아쉬움과 따뜻함 사이
비평적으로 볼 때, 닥터 두리틀은 기대에 비해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한다. 특히 스토리의 구성이나 개연성 측면에서 몇몇 장면은 지나치게 급하게 전개되거나, 감정의 전이가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있다. 또 다우니 주니어의 발음이나 억양이 일관되지 않다는 평가도 일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치유의 여정'이라는 주제를 가족 단위 관객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시각적 완성도, 캐릭터의 매력, 유쾌한 유머와 감동의 조화는 오락성과 메시지를 적절히 결합해낸 결과물이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로서, 상상력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점이 돋보인다.
결국 닥터 두리틀은 완벽한 작품은 아니지만, 분명 '필요한 영화'다. 우리가 상실을 겪었을 때, 세상과 다시 연결될 용기가 필요할 때, 이 영화는 조용히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따뜻한 친구 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