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8편: ETF와 파생상품, 끝없는 미로에 들어서다
ETF를 처음 접했을 때는 단순했다. 지수를 따라가거나 특정 주식을 담은 바구니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공부를 조금 더 해보니 낯선 단어들이 등장했다. 선물, 옵션, 스왑, 파생상품…. 그 순간부터 마치 미로의 입구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인버스와 레버리지는 그래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파생상품은 달랐다. 단어 자체도 낯설고, 설명을 읽어도 도무지 쉽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미로에 발을 들였고, 그 경험은 나에게 또 다른 교훈을 안겨주었다.
1. 파생상품과의 첫 만남
ETF 설명서를 읽다가 ‘선물 지수를 추종한다’는 문구를 보고 멈칫했다. 선물이 뭘까? 단순히 ‘내일 사기로 한 물건을 오늘 미리 약속하는 계약’이라고 설명되어 있었지만, 막상 이해하려니 쉽지 않았다.
나는 억지로라도 그림을 그려봤다. 친구와 함께 여름휴가를 가기로 하고, 한 달 뒤 숙소를 지금 가격으로 예약하는 것. 그게 선물 계약이라는 비유였다. 만약 한 달 뒤 성수기가 되어 숙소 가격이 두 배로 오르면 나는 이익을 본다.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손해를 본다. ETF 속 선물 계약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단순한 예시로 조금 이해가 됐지만, 막상 투자 현장에서 선물이 쓰인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왜 굳이 직접 주식이나 원자재를 사지 않고 계약으로 돌려서 투자하는 걸까?
2. 왜 ETF에 파생상품이 숨어 있을까
주식 ETF는 실제 주식을 담으면 된다. 채권 ETF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원유, 금, 변동성 같은 자산은 실제로 들고 있기가 어렵다. 원유 ETF를 만든다고 해서 진짜 기름통을 창고에 쌓아둘 수는 없다. 금 ETF가 실제 금괴를 수천 개 보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ETF 운용사들은 파생상품을 활용한다. 원유 ETF는 원유 선물 계약을 담고, 금 ETF는 금 선물 계약을 보유한다. 이렇게 하면 자산 가격 변동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 처음엔 “아, ETF는 단순히 바구니가 아니라, 복잡한 계약서 묶음이 될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랐다.
3. 끝없는 미로 같은 구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선물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옵션은 또 달랐다. ‘살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판다’는 설명이 붙었지만, 권리를 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한참 헤매야 했다.
더 나아가 스왑 같은 단어는 마치 외국어 같았다. 금리를 맞바꾼다, 통화를 교환한다는 개념은 글자만으로는 도저히 와 닿지 않았다. 나는 마치 미로 속을 계속 헤매는 기분이었다. 한 갈래를 겨우 빠져나가면 또 다른 갈림길이 나타났다.
ETF가 대중적인 투자 도구라지만, 그 속을 깊이 파고들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파생상품의 세계가 숨어 있었다.
4. 내가 얻은 교훈
결국 나는 깨달았다. ETF에 담긴 파생상품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떤 구조로 움직이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이름만 보고 “금 ETF니까 금값만 오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실제로는 선물 가격 구조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나는 한동안 원유 ETF를 들고 있다가, 가격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는 경험을 했다. 이유를 찾아보니 선물 만기 교체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던 것이다. 이 과정을 ‘콘탱고’라고 불렀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미로 같은 파생상품 구조가 내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결론: 미로 속에서 길을 찾는 법
ETF는 겉으로는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파생상품이라는 복잡한 길이 이어져 있다. 선물, 옵션, 스왑, 콘탱고, 백워데이션…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지만 그 미로 속에서도 최소한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를 아는 건 중요하다.
나는 이제 ETF를 살 때 “이 상품 안에는 어떤 파생상품이 들어 있을까?”를 먼저 확인한다. 모두를 이해할 순 없지만, 최소한 미로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작은 나침반을 들고 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