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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6편: ETF와 레버리지, 달콤한 유혹과 쓰라린 대가

by 놀당 2025.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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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6편: ETF와 레버리지, 달콤한 유혹과 쓰라린 대가

누구나 한 번쯤은 “조금만 더 크게 베팅했더라면…” 하고 후회한다. 투자에서 그런 마음을 정면으로 자극하는 상품이 바로 레버리지 ETF다. 나 역시 그 달콤한 유혹 앞에서 발을 들였고, 여러 번 웃고 또 울었다. 레버리지는 단순히 두 배 수익의 도구가 아니라, 사람 마음속 깊은 욕망을 비추는 거울이자 동시에 쓰라린 대가를 요구하는 칼날이었다.

1. 첫 만남, 두 배의 꿈

레버리지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솔직히 눈이 번쩍 뜨였다. 일반 ETF가 지수를 따라간다면, 레버리지는 지수의 두 배를 따라간다니. 단순한 숫자놀음 같지만, 그 차이가 주는 매력은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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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소액으로 시도했다. 어느 날 시장이 활발히 오르던 날, 나는 작은 금액을 넣었다. 오후가 되자 계좌에 +7%라는 숫자가 찍혔다. 나는 모니터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이게 진짜 가능한 거야?’ 마치 놀이공원에서 예상치 못한 경품을 받은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스크린샷을 찍어 친구에게 자랑까지 했다.

그날 밤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만약 오늘 100만 원이 아니라 1000만 원을 넣었다면?” 하는 계산이 멈추지 않았다. 숫자가 커질수록 머릿속의 쾌감도 커졌다. 그렇게 나는 레버리지의 유혹에 완전히 빠져들기 시작했다.

2. 기쁨도 두 배, 고통도 두 배

하지만 레버리지는 항상 같은 공식을 따랐다. 기쁨이 두 배라면, 고통도 두 배였다.

어느 날은 지수가 -1% 정도 조정을 받았는데, 내 계좌는 -2% 이상 빠져 있었다. 처음엔 “이 정도는 곧 회복되겠지” 하며 버텼다. 그런데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하락이 이어졌다. 계좌는 순식간에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계좌를 열었다 닫았다. 손가락은 매도 버튼 위에서 망설였다. 매도하면 손실이 확정되고, 버티면 더 큰 손실이 날까 두려웠다. 이 과정에서 나는 숫자보다 심장이 더 크게 출렁이는 경험을 했다. 단순히 돈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내 자존심과 확신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이때 떠올린 장면은 서핑이었다. 높은 파도를 탈 때는 누구보다 신나게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파도가 꺼지는 순간, 균형을 잃고 그대로 바다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레버리지는 정확히 그와 같았다. 잘 탈 땐 황홀하지만, 한순간에 모든 걸 삼켜버렸다.

거대한 바닷파도가 무너져 내리며 균형을 잃은 서퍼가 떨어지는 사실적인 장면

3. 장기 투자와의 불화

레버리지를 오래 들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나는 실제로 몇 번 실험을 했다.

한 달 동안 S&P500 레버리지를 들고 있었는데, 지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 계좌는 마이너스였다. 이유를 찾아보니, 레버리지는 매일매일 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이라 장기간에는 복리 효과가 왜곡된다. 지수가 횡보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쌓이는 구조였다.

나는 이 사실을 이해하기 전까지 억울했다. “지수는 그대로인데 왜 나는 손해지?” 분노도 났다. 그러나 원리를 알게 된 후에는 오히려 두려움이 앞섰다. 레버리지는 단기 투자를 전제로 설계된 상품이었다. 장기 투자자에게는 마치 매일 체력을 조금씩 깎아가는 독 같은 존재였다.

4. 욕망의 덫

레버리지는 숫자만 두 배가 아니라, 내 욕망도 두 배로 키웠다.

한 번은 10% 수익이 났다.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치였다. 그런데도 나는 매도를 미루었다. “조금만 더, 내일이면 15%가 되겠지.” 하지만 다음 날 계좌는 순식간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레버리지는 돈보다 내 욕심을 시험하는 도구라는 걸. 마치 혀끝에 올려놓은 사탕 같았다. 처음엔 달콤했지만, 금세 씁쓸한 맛이 따라왔다. 그 씁쓸함은 오래도록 입안에 남았다.

5. 반복된 시행착오

나는 레버리지와의 관계에서 여러 번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단기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욕심을 내서 오래 들고 가다 결국 손실을 보았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었다. “나는 왜 이렇게 같은 패턴을 반복할까?”

그 이유는 단순했다. 레버리지는 확신을 주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불안정을 키우는 상품이었다. 인간의 뇌는 손실보다 이익에서 더 큰 쾌감을 느끼는데, 레버리지는 그 쾌감을 두 배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더 쉽게 중독되었다.

6. 교훈과 나의 원칙

지금의 나는 레버리지를 함부로 들지 않는다. 단타로 짧게 들어가서 빠르게 나오는 용도로만 활용한다. 장기 계좌에는 절대 넣지 않는다.

내가 세운 원칙은 단순하다.

  • 하루 이상 들고 가지 않는다.
  • 5% 수익이 나면 욕심내지 않고 정리한다.
  • 손실이 3% 이상이면 무조건 잘라낸다.

이 원칙들은 완벽하지 않다. 때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최소한 예전처럼 파도에 휩쓸려 바닷속으로 끌려가지는 않는다.

결론: 달콤한 유혹과 쓰라린 대가

레버리지 ETF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두 배의 수익을 꿈꾸게 만들고, 단기간에 계좌를 바꾸어놓을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쓰라린 대가를 요구한다.

나는 이제 레버리지를 단순한 투자 상품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나 자신의 욕망을 시험하는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거울 속 내 얼굴이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면, 레버리지는 나를 무너뜨린다. 그러나 내가 원칙을 지키고 욕망을 다스릴 수 있다면, 레버리지는 짧은 도구로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품이 아니라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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