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4편: ETF와 금융 위기, 버팀목인가 폭풍의 가속기인가?
ETF는 단순히 투자 도구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움직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금융 위기와 같은 큰 충격이 닥쳤을 때 ETF는 시장 안정의 버팀목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폭풍을 더 빠르게 확산시키는 가속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과거 사례와 나의 경험을 곁들여, 금융 위기 속에서 ETF가 어떤 양면성을 드러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금융 위기 속 ETF의 첫인상
나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그 당시의 기록을 살펴보며 ETF의 영향력을 공부했다. 위기가 닥쳤을 때 투자자들은 공포에 휩싸여 자금을 한꺼번에 회수하였다. 이 과정에서 ETF는 자금 유출입의 관문으로 작용하였다.
개별 주식을 팔기보다 ETF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떠난 투자자가 많았다. 이는 ETF가 투자자에게 얼마나 접근성이 높은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러나 동시에 대규모 매도가 ETF 구성 종목 전체를 끌어내리며 시장 하락을 가속화하는 부작용도 발생하였다.
2. ETF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
ETF가 위기 속에서 무조건 나쁜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ETF가 있었기에 투자자들이 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그때 나는 주식을 전부 팔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ETF 덕분에 나는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방식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정 기업이 파산하더라도 ETF는 수십 개, 수백 개 종목으로 분산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체 자산이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았다.
이처럼 ETF는 위기 상황에서 투자자의 심리적 버팀목이 되었다. 개별 종목 대신 ETF를 통해 시장 전체를 믿을 수 있었고, 이는 공포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가게 만들었다.
3. 그러나 ETF는 폭풍의 가속기 역할도 한다
하지만 같은 시기, ETF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많은 투자자가 공포에 휩쓸려 ETF를 대규모로 매도하자, ETF가 담고 있던 기초 종목들 역시 일제히 하락하였다. 이는 개별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과는 상관없이, 단순히 ETF 자금 유출만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나는 2020년 당시, ETF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을 보았다. 기업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는데, ETF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해당 기업 주가가 덩달아 떨어졌다. 이때 느낀 점은 명확했다. ETF는 안정 장치이자 동시에 증폭 장치라는 사실이다.
4.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ETF가 위기 때 이런 양면성을 보이는 이유는 구조적인 특성 때문이다. ETF는 여러 종목을 묶어 거래소에 상장해 두었기 때문에, 투자자의 매매가 곧바로 기초 자산에 영향을 준다. 특히 대규모 매도가 발생하면 ETF 운용사가 기초 종목을 일괄 매도하게 되어 시장 변동성이 커진다.
반대로 위기 이후 자금이 다시 들어올 때는 ETF를 통해 빠르게 유입되며, 시장 회복 속도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도 나타난다. 결국 ETF는 시장을 흔드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5. 장기 투자자에게 주는 교훈
나는 이 과정을 보며 ETF에 대한 태도를 정리하였다. ETF는 위기 때 무조건 안전하지도 않고, 무조건 위험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ETF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였다.
- 공포에 흔들려 단기적으로 매도한다면 ETF는 폭풍의 가속기가 될 것이다.
- 그러나 장기적으로 시장 전체를 바라보며 투자한다면 ETF는 확실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결국 투자자는 ETF의 양면성을 이해한 뒤,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나에게는 “ETF는 위기 때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생겼다. 덕분에 이후의 반등 국면에서 다시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결론: ETF는 위기의 거울이다
ETF는 금융 위기라는 시험대 앞에서 투자자의 심리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 공포가 크면 ETF는 가속기가 되고, 믿음이 있다면 ETF는 버팀목이 된다. 결국 ETF의 역할은 시장 상황이 아니라 투자자의 행동에 달려 있다.
따라서 우리는 ETF를 단순히 안전 자산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ETF의 구조와 본질을 이해하고, 위기 때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ETF를 진짜 버팀목으로 만들 수 있다.